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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진, 2025년 어느 가을 날의 산책
  • 작성자
    webzine(2025-12-10)
  • 조회
    153
  • Institute
    of korean confucian culture
    25
    12

    웹진 솔비움

    한유진, 2025년 어느 가을 날의 산책

    송 현 정 진흥원 국학진흥부 선임연구위원

    2025년 11월!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개원하고 네 번째 찾아온 가을입니다.
    한옥연수동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이곳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 잔디광장으로 나왔습니다.


    한유진 둘레길을 걷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구름도 예술인 오늘은 산책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걷기는 잔디광장 한쪽에 서 있는 동토길 안내판 앞에서 시작합니다.
    계단을 올라 힘차게 솔 숲 사이 고운 황톳길을 걷다가 쉼터에 도착합니다.
    신선한 가을 바람을 타고 온몸을 감싸는 솔향을 크게 들이마시며 새들의 지저귐을 듣습니다.

    다시 고운 황톳길을 걷다가, 왼쪽 계단을 내려가 길 모퉁이에서 가을걷이가 끝난 논을 만납니다.

    고개를 들면, 저 멀리 호암산 기슭에 자리 잡은 종학당(宗學堂)이 운치가 있습니다.

    논둑을 지나온 동토길의 북쪽 끝은 가곡저수지 산책로와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 가을 하늘과 산과 집을 담은 가곡저수지가 있습니다.
    매끈한 수면 위로 작은 물결을 만들며 노니는 새들을 보고, 푸드덕 날아오르는 날개짓 소리도 듣습니다.
    논이 저수지로 난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물이 빠졌고, 다른 한쪽은 물이 고여있습니다.

    물 고인 논에는 베인 자리가 선명한 마른 줄기 옆으로 뾰족하게 나온 초록 줄기가 재미있습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가던 길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서면 종학당 사색의 길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올라 다시 숲으로 들어서면 담박(淡泊)함을 가장 좋아하는 동토 윤순거 선생의 시(詩)도 만날 수 있습니다.

    걷다가 갈림길을 만나면 어느 쪽으로 갈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오르막길을 선택했습니다. 반대방향으로 가는 뒷모습도 정겹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표식이었던 홍살문을 지나 종학당(宗學堂)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늘이 예술입니다. 종학당 전체가 구름 속에 떠 있는 것 같습니다. 선경(仙境)이 이럴까요?
    제가 좋아하는 곳은 정수루(淨水樓) 아래입니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지붕 아래 아늑한 쉼터입니다. 가볍게 왔다가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이지요.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시시각각(時時刻刻)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느껴 봅니다.

    정수루를 나서는 길에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사마귀를 봅니다. 멋지네요.

    가을을 가득 담은 하늘과 산과 물과 마치 그림을 그린 듯한 논, 또 다른 길을 둘러보며 돌아오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산책의 의미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일하며 받은 가장 큰 혜택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자연환경과 그 속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종종 진흥원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출근해서 일하다 보면 종일 건물 안에서 몇 걸음 못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점심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날씨에 상관없이 짧은 혹은 긴 산책을 합니다.

    ‘산책’의 사전적 의미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닒’입니다. 한자는 散(흩을 산), 策(꾀 책). 어떤 이는 ‘머리를 복합하게 하는 생각들을 흩어버린다’는 의미로, 또 어떤 이는 ‘흩어진 생각들을 정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두 가지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심신이 건강하지 못한 부모님, 사춘기 아들딸, 나 자신, 해외에 있는 형제자매, 직장과 동료들, 선후배 등 교류하는 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습니다. 어제의 추억과 후회, 오늘과 내일의 걱정, 절망과 희망. 내 안에다 다 담어두기 어려워 흩어 버리고, 다시 정리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는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산책의 확장된 개념으로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경지에서 마음껏 노니는 것’을 의미하는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를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만,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계가 함께 하는 산책

    그런데 ‘세계 산책의 날(매년 6월 19일)’이 있답니다. 영어로 World Sauntering Day 또는 International Sauntering Day라고 하는데, ‘Saunter’는 ‘종종 특정한 방향 없이 느리고 편안하게 걷다’로 풀이되며 ‘Stroll’, ‘Jaunt’ 등과 비슷한 뜻이라고 합니다.

    이 날은 1979년 미국에서, 도시의 혼잡과 스트레스로 힘든 사람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답니다. 당시 슬로건이 “Take s Step Toward Health(건강을 향한 한 걸음)”이었는데, 걷기는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특히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후 1986년에는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서 대규모 시민 참여 걷기 행사가 있었고, 1995년, 일본에서는 ‘걷는 명상’ 문화가 정착되었고, 2000년 이후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보건 캠페인과 함께 소개되며 확대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요즘 지자체나 은행 등에서 걷기앱을 제공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받아 간식을 교환할 수 있는데, 저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건강도 지키고 간식 쿠폰을 나와 가족,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책의 가치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걷는 동안 사람의 사고력이 평균 60%이상 향상되며, 심리상담과 걷기를 접목한 치료인 ‘워킹 테라피(Walking Therapy)’는 특히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합니다. ‘뇌과학’분야의 한 유튜버는 위대한 인물들의 중요한 습관의 공통점 세 가지를 들어 기록, 산책, 낮잠이며 이는 뇌가 건강해지는 습관이라고 말합니다. 산책은 스트레스 감소, 창의성 증진, 불안 완화, 자아 성찰 등 우리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한편, 미국 심장협회(AHA)에 따르면, 하루 30분씩 걷기만 해도 심장 질환의 위험이 40%까지 감소한다고 하며, 꾸준한 걷기는 심장 건강, 혈압 조절, 혈당 관리, 면역력 강화 등 몸 전체에 이로운 영향을 준답니다. 중력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반복하면 뼈가 단단해지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걷기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강도로 뼈를 자극해 준다고 합니다.

    산책합시다

    산책은 지친 마음과 몸의 건강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이고, 보약이자 치료제인 것 같습니다. 계절의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인생에서의 나의 가을이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나를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디 쯤에 있을 여러분들에게 저의 ‘소확행’을 전하며, 응원을 보냅니다. 산책합시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웹진 솔비움 VOL _ 03
    IKCC WEBZINE SOLB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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