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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webzine(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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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korean confucian culture25
06웹진 솔비움
회복력(Resilience)의 비밀
박 재 희 석천학당 원장인간에게는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중요한 능력이 있다. 회복력이란 인간이 위기와 역경에 처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의 신체는 태어날 때부터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피부가 베이거나 긁히면 상처가 회복되어 새 피부로 덮이고,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세포들이 작용하여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킨다. 혈액, 혈압, 혈당 등은 회복력을 발휘하여 인간의 정상적인 신체 활동을 돕는다.
인간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회복력도 가지고 있다.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경험에 직면했을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상태로 회복되거나, 그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런 회복 능력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더욱 커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떨어지기도 한다.
유교에서는 이런 회복 능력을 ‘중용中庸’이라고 한다. 무너지고 기울어질 때마다 균형을 잡아 복원하는 능력이다. 중용의 회복력은 하늘이 명命한 하늘다움의 천성天性이다. 이 회복력을 잘 발현하여率性, 솔성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가야 할 길道, 도이며, 회복력을 유지하고 보수하기修道, 수도 위하여 공부敎, 교가 필요하다. 공부는 인간이 가진 회복 능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군자는 회복 능력을 가진 사람, 군자고궁君子固窮
<논어>에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라는 인간의 유형이 대비되어 나온다. 이 두 인간 유형을 나누는 특징 중 하나가 회복 능력이다. 군자는 갖고 태어난 회복 능력을 강화시킨 사람으로, 역경이나 위기에 굴하지 않고 견뎌내며 나아가 역경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는 사람이다. 반면, 소인은 위기와 역경을 만나면 좌절하여 타인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다. 공자와 제자들이 천하를 주유할 때 역경을 만나 좌절의 상태에 빠졌다. 제자들은 굶어서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이때 자로子路가 군자가 역경을 만나야 할 이유에 대하여 스승에게 따졌다. 공자는 군자는 역경을 만나면 강한 회복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했다.
“군자는 역경을 만나면 더욱 강해지는 사람이다君子固窮, 군자고궁. 소인은 역경을 만나면 못 견디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小人窮斯濫, 소인궁사람.” 군자는 어떤 역경을 만나든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이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추운 겨울을 만나 자신의 푸름을 잃지 않고 견뎌내듯이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군자도 역경을 만나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사람이다. 유교의 군자는 회복 능력을 강화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경전을 암송하고 뛰어난 머리를 가졌더라도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무너지고 좌절하는 사람이라면 소인小人일 뿐이다.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능력, 자득自得
<중용中庸>에서는 군자의 회복 능력을 자득自得이라고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 상황에 맞는 회복 능력을 스스로自, 자 찾아낸다得, 득는 의미다. 소인은 돈을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중심이 무너진다. 교만과 오만으로 부귀를 맞이하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걷는다. 가난과 천한 지위가 다가오면 포기하거나 스스로 한탄한다. 고립의 상황에서는 하늘을 원망하고, 환란의 상황에서는 남을 탓한다. 그러나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 능력을 갖고 있다. 부귀한 상황에서는 나눔과 섬김으로 중심을 잡고, 빈천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즐거움樂을 잃지 않는다. 유배지에서 고립되어도 그곳에서 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아내어 회복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군자의 자득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不怨天, 불원천 남을 탓하지 않는不尤人, 불우인’ 군자의 회복력이다.
추사는 8년 4개월의 유배 생활에서도 자득自得의 회복 능력을 발휘하여 조선 후기 높은 수준의 예술가가 되었고, 다산은 18년의 고립된 생활에서 자득의 회복력으로 조선 후기 실학의 꽃을 피웠다. 군자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회복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명하다! 내 제자 안회야. 부족한 음식과 누추한 거처에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기쁨을 찾아 삶의 중심을 찾으니, 참으로 현명하구나!” 공자가 안회의 회복 능력을 칭찬하면서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인생에서 만나는 견뎌내기 힘든 상황들, 그 상황에 맞는 최적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군자가 평생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다.
회복의 힘, 지뢰복地雷復
<주역周易> 64괘 중 필자가 요즘 가장 주목하는 괘는 회복력의 괘 ‘지뢰복地雷復’괘이다. 코비드19 사태로 사회가 마비되고 일상이 멈춘 적이 있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회복력을 발동하여 정상화되었다. 최근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회복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난이 발생하고, 전쟁이 터지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한민족의 회복력 유전자는 유감없이 발동되어 정상을 회복하였다. 오랜 역사 속에서 유전되어 온 회복력 유전자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유전자다. 회복력은 몰락의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복復괘는 박剝괘를 기반으로 한다. 박剝은 몰락이다. 꽃이 지고, 문명이 상처 나는 상황이다. 이런 몰락의 상황을 견뎌내고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 복復이다. 한 인간의 수준은 회복력으로 결정된다. 국가와 기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나 회복력을 발휘하여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몰락은 어떤 사람이나 조직도 피할 수 없다. 기업이 잠시 한눈을 팔면 매출은 떨어지고, 기술력은 뒤처진다. 이럴 때 회복력이 있는 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새로운 변동이 왔을 때 두려운 마음으로 대처하면, 훗날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가 온다.’ <주역周易> 변동의 괘 ‘진震’괘가 던지는 메시지다. 기업의 가치는 자본과 기술이 아니라, 역경을 마주하여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회복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蠱, 고을 통해 성장臨, 임하고, 역경坎, 감이 있어도 희망(離, 리)을 잃지 않는다. 어둠明夷, 명이 속에서 가정家人, 가인을 만나고, 장애蹇, 건가 있어도 해결解, 해의 방법을 찾는다. <주역>은 역경과 회복력을 주제로 인생을 설명한 책이다.
유교의 핵심 철학은 회복력
인생은 몰락과 회복의 연속이다. 몰락과 역경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다. 문제는 회복력이다. 회복력은 역경을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고, 몰락은 부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유교 철학은 인간의 회복력을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 공자의 70년 인생은 회복력을 통해 성장한 인생이었고, 맹자의 대장부大丈夫는 어떤 역경에서도 물러서거나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전형이었다. 인생에서 만나는 좌절과 아픔과 역경들, 그것 또한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회복력을 발휘하여 더 높은 수준의 성장을 만나야 할 것이다.
글. 박재희
現 석천학당 원장, 국회 인성함양자문위원회 위원
前 포스코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주요저서로「3분고전」, 「리더라면 손자병법」, 「1일 1강 논어강독」 등 이 있으며, KBS 라디오 <시사고전>과 EBS <손자병법>, KBS <아침마당> 특강 등을 진행했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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