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 소개
유(儒)슐랭
19 COURSE
유(儒)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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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일대
충남은 전국에서도 전통주 관련 장인과 명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제조법을 사용한 전통주는 충청도의 맛과 색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름난 충청도 명주에는 지역 특산물과 좋은 재료, 맑은 물로 술을 빚어 즐기던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꽃이나 잎을 이용한 향기로운 가향주는 충청도 전통주의 특색 중 하나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의 정성이 담긴 비법과 함께 탄생 배경, 술에 얽힌 설화를 알고 음미한다면 과거 선비들이 한 잔의 풍류를 즐기던 마음을 더욱 그윽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취하는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서천)
한산소곡주는 과거 백제 땅이었던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마을 단위의 가양주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약주이다. 백제의 궁중 술로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나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빚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15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문헌상으로 가장 오래된 전통주이다.
소곡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옛날 이 술을 빚을 때 목욕재계하고 흰 옷을 입고 정갈한 마음으로 담갔다 하여 소곡주라 불렸다는 설이 있고, ‘빛깔이 희게 바랜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는 설도 있다.
소곡주는 멥쌀 대신 찹쌀만 사용해 빚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단맛과 감칠맛이 강하고 알코올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을 적게 사용해서 더욱 달짝지근하다는 느낌을 주며, 18도라는 도수에 어울리지 않게 술술 넘어가고 곡주 특유의 깊은 풍미가 있다. 술이 너무 맛있어서 계속 마시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취한다고 하여 ‘앉은뱅이 술’이란 별명이 있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계룡백일주(공주)
계룡백일주는 본래 조선 왕실에서만 빚어지던 궁중 술이었으나, 인조가 인조반정의 일등공신인 이귀의 공을 치하하며 그의 부인에게 백일주 제조법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이후 400여 년 동안 연안이씨 가문에서 대대로 비법을 전하며 제조하여 임금에게 진상해왔다고 한다. 현재는 연안이씨의 집성촌인 공주 봉정동 지역에서 이성우 명인에 의해 15대째 이어져오고 있다. 민속주 중 최초로 한국관광명품으로 지정되었고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선정되었다.
인근의 명산인 계룡산의 이름을 앞에 따왔으며, 찹쌀을 이용해 100일 동안 술을 익힌다고 하여 백일주라 불린다.
계룡백일주는 항아리를 땅속 깊이 묻고 찹쌀로 찐 술밥에 솔잎 · 오미자 · 황국(黃菊) · 진달래꽃을 넣고 술을 담근 뒤 100일 동안 저온 발효한 후에 개봉한다. 은은한 향과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숙취가 적다. 얼음과 함께 칵테일로 마시면 부드럽고 뒷맛이 깨끗하다.
진달래꽃잎으로 빚는 천년의 맥 면천두견주(당진)
면천두견주는 진달래꽃잎으로 빚은 지극한 효성이 낳은 술로 천년의 맥을 이어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아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도 좋은 약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사용되었다.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이 면천에서 병이 들었는데, 어떤 약을 써도 낫지 않았다. 이에 그의 딸 영랑이 백일기도를 드린 마지막 날 꿈에 산신령으로부터 “아미산의 진달래꽃과 안샘의 물로 두견주를 빚어 100일 후 먹이고, 앞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고 정성을 드리면 네 아버지의 병이 나을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영랑이 가르침대로 아버지에게 두견주를 마시게 하니 병이 나았다는 효성스런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안샘은 오늘날 면천읍성 안에 보존되어 있고, 이때 심은 은행나무도 면천의 명물로 남아 있다.
맑고 화창한 날 빚는 과거합격주 중원청명주(충주)
중원청명주는 1년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청명일(양력 4월 5~6일경)에 마시기 위해 빚어진 민속주이다. 조선시대에는 “술을 빚을 때는 물이 맑고 달아야 하는데, 청명이나 곡우 때 물로 술을 빚으면 맛과 색이 특히 좋다”라고 하여 청명일에 길은 물로 술을 빚어 농사철 노동주와 손님맞이 술로 두루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실학자 이익은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하며, 청명주의 양조 방법을 잊어버릴까봐 기록해둔다”라며 최고의 술로 꼽았다.
청명주를 만드는 법은 지역마다 다양했는데 그 중 충주의 중원청명주가 명성이 높았다. 중원청명주는 조선시대 한강 상류의 돛단배가 모이는 물류의 중심지였던 충주를 오가는 손님들이 즐겨 마시기 시작하여 손님에게 접대하기도 하고 명절과 제사에 애용하는 술로 궁중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중원청명주를 마시면 과거에 합격한다는 소문이 나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청명주를 마시러 충주로 모여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름처럼 맑고 빛깔이 그윽하며 부드러운 맛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갈증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며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